어렸을때 우리 집엔 딱 하나의 전집이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디즈니 문학전집' 정도의 타이틀로 25권 정도 있었다. 그 전집에는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101마리의 달마시안, 아기 코끼리 덤보, 정글북 등등의 책이 있었다. 하도 보다보니(여섯살 이전이었으므로 읽을 수 없었음) 그림을 보며 내용을 만들어 이야기하는 수준이 되었다. 급기야는 제목과 번호를 매칭하며 노는 경지에 이르렀다. 예를들어 엄마가 '신데렐라'하면 내가 '1번'하고 엄마가 '17번' 외치면 내기 '정글북' 대답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아직도 가끔 그때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내가 머리가 좋다고 믿는다. 나는 이제 숫자 여섯자리도 끙끙대며 외우지만 엄마의 말에 반박은 하지 않는다.
사실 어렸을때는 내가 꽤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 중학교때 처음 본 아이큐 테스트에서 134의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서 2등이었다. 내가 놀란건 얼굴도 주먹만 하고 눈은 송아지만큼 크고 성격도 반짝거려 전교에서 인기가 가장 많았던 내 친구 경희의 아이큐가 나보다 높은 136이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나의 아이큐 신화는 깨지게 되었다. 다시 본 테스트에서 126점이 나온 것이다. 여전히 높은 점수라고 하지만 나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갔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해보지 않았지만 이젠 100-110점대가 아닐까 싶다. 나는 요새 가끔 옷을 앞뒤로 거꾸로 입고, 때로는 안과 겉을 뒤집어 입기도 한다.
어쩌다 관심을 가지게 된 이 책은 아주 잘 읽히는 책이다. 길이도 그다지 길지않고 내용이 참신해서 좋았다. 이 책에서 관통하는 내용은 우리의 뇌는 우리 조상 대해서 하지 않았던 알들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대응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능이 높은 사람은 진화의 관점에서 새로운 것에 탐닉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술과 담배, 약물을 사용한다. 지능이 높은 여성일수록 아이수가 적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좋은 친구를 사귀지 못하며 좋은 남편이나 부인이 되지 못하며 좋은 부모도 되지 못한다. 이것들은 우리 조상들이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몇십만년동안 당연히 해왔던 일들이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부모로서 최악인데 일단 이들은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다. 또 상식이 부족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많이 한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지루함을 잘 느끼며 관습을 거부하고 새로운자극을 선호하고 도전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부모가 되기 보다는 유능한 외과의사가 되는데에 더 관심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좋은 외과의사만큼이나 좋은 부모가 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지능이라는 것은 인간의 형질을 나타내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할 뿐이고 인간의 가치를 나타내는 증표로는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생활수준을 끌어올리는데 기여를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과 제도를 만들고 사람들의 인생을 흔들어 버리는 대형사기를 치는 것도 지능이 높은 인간들이 하는 행동인 것은 사실이다.